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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대화단절, 극복할 수 없다면 법적절차 통해야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아마 많은 분들께서 '신뢰'라고 답하실 것 같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신뢰는 믿음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 형성되기는 어렵습니다. 특별히 외도를 한 것도 아니고,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닌데도 부부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오히려, 부정행위나 가정폭력이 서로 간의 이해와 신뢰가 부족한 데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부부관계가 악화되고,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 싸울 일밖에 없다면 자연스레 가정에서 마음도 떠나고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부는 서로 다양한 일을 함께하고, 각자에게 배우자로서의 의무를 지게 되는데, 부부관계가 악화되면 끝내는 대화가 단절될 수도 있습니다. 부부대화단절은 그 자체로 결혼생활이 더 이상 무의미하게 느껴지게 하는 요인인 동시에, 부부관계에서 2차적인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는 커다란 문제점입니다. 현재 부부대화단절의 문제를 겪고 계시다면,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고민해봄으로써 관계의 개선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일 감정의 골이 깊고, 대화의 단절 자체가 고통스럽게 다가오는 현실이라면 이혼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화가 오가지 않고, 서로 냉랭할 뿐인 결혼관계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이혼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이혼에 대하여 알아보신 분들이라면, 이혼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점을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바로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배우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더 이상 혼인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음에 대해 합의를 이루고 협의상 이혼절차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때에도 양육권이나 재산분할 등의 문제가 산재하여 있으므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잡음 없이 진행하시는 것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하지만 주로 문제가 커지는 지점 부부대화단절의 상황 속에서도 다른 일방이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서로 좋게 협의이혼을 진행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이혼소송까지 가게 되면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검토되어야 할 것은, 과연 재판상 이혼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인가 하는 점입니다.

재판상 이혼, 즉 이혼소송은 협의이혼과는 달리 명백한 이혼사유를 필요로 합니다. 만일 이혼사유를 요하지 않고 개별 사안에서 판사의 재량에 맡겨 이혼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이혼하기를 원치 않는 어느 일방을 강제로 이혼시킬 수 있도록 한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배우자를 축출해내는 축출이혼이 성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민법 제840조는 여섯 가지의 이혼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바, 여기에 해당사항이 없다면 재판상 이혼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양육비 등을 따져 볼 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다거나, 오랜 기간 가정폭력을 행사하면서 가정을 파탄내는 등의 경우라면 이혼사유가 너무나 명백하므로 입증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혼 자체를 진행하는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부부대화단절의 경우처럼, 겉으로 드러난 커다란 문제점이나 어느 일방의 특별한 유책사유가 있는지 파악하기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이혼을 할 수 있는지 자체가 문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법 제840조의 이혼사유를 하나하나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는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있었던 경우이며, 둘째로는 배우자의 악의적 유기가 존재한 때, 셋째로는 배우자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부당한 대우가 있었던 때, 넷째로는 자신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때, 다섯째로는 배우자의 생사불명, 마지막 여섯째로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이유가 있는 때입니다. 우선 부부 간 대화가 단절된 경우는 앞서 첫째 사유에서부터 다섯째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합니다. 그렇다면 부부대화단절이 마지막 여섯째 사유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됩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대화가 단절되어 이혼까지 검토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더 이상 결혼을 이어가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고 판단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재판상 이혼이란 그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함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통해 이혼을 명하는 것인만큼, 객관적이고 충분한 사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를 대비한 조항인 것입니다.

실제 제6호의 사유란, 판례에 따르면 부부 간 공동생활관계가 더 이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고, 그 혼인생활을 계속하여 강제하는 것이 어느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물론 이는 당사자의 주장에 기하여 주관적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닌, 혼인계속의사의 유무나 파탄의 원인, 혼인생활의 기간이나 양육하여야 할 자의 존재 유무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므로, 예외조항인만큼 보다 섬세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된 주된 사유로는 합리적 이유 없는 성관계의 거부, 불치의 정신병, 경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도벽 등이 있습니다. 부부간 대화가 단절된 경우에도 그 단절된 원인이나 기간, 객관적으로 추정되는 혼인 지속 의사의 유무, 현재 혼인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형태 등에 따라 이혼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 만일 자신에게 과거 이혼사유가 될 만큼의 잘못이 있었고, 그 잘못으로 인해 오랜 기간 별거를 이어오거나 대화가 단절되었는데, 이혼 제의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물론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더 이상 부부라고 부르기 어려운 상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현행 법률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고 있는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책주의에는 예외가 인정되는데, 현재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에 이른지 오래이며,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지속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오기에 의하여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예외적 상황에서는 유책배우자에게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부 간 대화가 단절되어 결국 더 이상 부부관계가 정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고, 그로 인하여 당사자가 커다란 고통을 느끼고 있다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외도나 가정폭력의 경우와 같이 명백한 사유라고는 보기 어려우므로,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에 유의하여 반드시 사전에 변호사를 통하여 이혼의 가능성과 그 효과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문의를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까다로운 사안일수록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법입니다. 물론 이혼을 청구하기 이전까지는 사생활의 영역이지만, 혼인관계를 청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객관적인 법의 영역이므로 감정적이고 성급한 조치보다는 신중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를 권고드립니다.